‘다른 남자 쳐다보지 않기’ ‘혼자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오빠가 정해준 책만 읽기’ ‘거짓말하지 않기’
20대 남성이 미성년자 여자친구에게 강요한 20여 개의 행동지침 중 일부다.
1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김상연)는 미성년 여자친구를 상대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행사하며 폭행과 중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중상해 등)로 구속기소된 A(21)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재수학원에서 만난 미성년자 B(18)씨와 세 달간 교제하면서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7차례 폭행을 행사했다. '다른 남자 쳐다보지 않기' '혼자 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오빠가 정해준 책만 읽기' '거짓말하지 않기' 등 20여 개에 달하는 행동지침을 강요하며 각서까지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B씨에게 자해를 강요하며 손등에 담뱃불을 지지게 하거나 콧구멍에 담뱃재를 털어 넣는 등 가학적 행위도 일삼았다. 이로 인해 B씨는 간 파열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수시로 폭행해 심리적·정서적으로 지배했다"며 "이는 연인 간 다툼의 수준을 넘어선 잔혹한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었고 현재까지도 치료 중"이라며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했으며 아직도 피고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법원에 4000만 원을 공탁했으나 B씨 측이 이를 수령하지 않아 양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7월부터 선고 전날까지 40회가 넘는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한편 A씨는 B씨를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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