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7억년 전에는 지구가 눈과 얼음으로 하얗게 뒤덮인 ‘눈덩이 지구’스노볼·snowball)였을 것이라는 증거가 나와 눈길을 끈다. 스노볼은 극지방은 물론 중위도와 적도까지 완벽하게 얼어붙은 지구를 가리키는 용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 볼더대와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캠퍼스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수억년 전 눈과 얼음으로 이뤄진 빙하가 지구 전체를 완전히 뒤덮은 적이 있다는 증거를 찾았다. 해당 연구 내용은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도 실렸다.
지질학계에선 먼 과거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지구가 스노볼이 된 적이 있다는 가설이 줄곧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금껏 이 가설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한적인 지질 조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최초로 ‘눈에 보이는’ 증거가 세상 밖에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높이 4300m짜리 산 ‘파이크스 피크’의 땅 위에 노출된 사암이다. 연구진은 이 사암에 레이저를 쏴 형성 시점이 약 7억년 전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 사암이 매우 무거운 빙하에 짓눌린 모래가 뭉쳐져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표면의 위치와 형태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한다는 판구조론에 따르면 현재 중위도에 있는 콜로라도주는 약 7억년 전에는 적도에 있던 땅이었다. 지구에서 태양의 열을 가장 많이 받는 적도마저 빙하에 점령됐다면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였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지구 최초의 다세포 생물은 지구가 스노볼 상태를 벗어난 직후 바다에서 출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구 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왔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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