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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으로 번진 한미 경영권 분쟁… 형제 측, 송영숙·박재현 고발

"한미약품, 이사회 결의 없이 재단에 기부해

재단이 주총 의결서 모녀 측에 의결권 행사"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 시절에도 재단 기부"

3월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사내이사 측 인사가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128940)그룹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성준 코리그룹 대표는 13일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유통업체인 코리그룹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인 회사인 만큼 한 대표는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된다.

한 대표는 고발장에서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 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한 가현문화재단이 올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 대신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기부 행위가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형제 측은 올 9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모녀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매표 행위에 해당한다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회신이 이뤄질 때까지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 보고 있다. 송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를 재편하려 하자 형제 측은 우호 지분 확보를 통해 부결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 이사도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한 적 있다며 고발이 ‘자폭’ 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고발의 실제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100억 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다”며 임종훈 대표 역시 올 5월 기부금 5억 원가량을 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가현문화재단은 최근 삼청동에 사진 전문 미술관 ‘뮤지엄한미’를 개관하고 전 세계 사진 미술관들과의 협력, 교류로 한국 사진 예술을 널리 알리고 있다. 송 회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 ‘슈발리에’를 받기도 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송 회장의 이러한 공헌과 헌신을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몰랐을 리 없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했다.

한미약품 측은 “공교롭게도 고발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당일 북경한미약품에서는 동사회(이사회)가 있었는데, 이날 동사(이사) 자격으로 참석한 임종윤 사장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한미약품이 임종윤 사장 개인회사 ‘룬메이캉’에 대한 감사(일감 몰아주기)를 착수해 심적 부담을 느낀 데다 중국 정부의 세무조사도 받고 있는 등의 어려움이 고발에 이르게 된 원인일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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