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정무장관직 신설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비상사태로 선언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이 반대하는 정무장관 추진을 접는 대신,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15일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여권은 인구기획부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힘을 싣기 위해 정무장관은 신설하지 않겠다는 뜻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 앞서 여야지도부 인사들은 1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민생 법안들과 정기국회내 정부조직법 개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왔다.
정부는 지난 7월 인구부를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정무장관직 신설안도 포함시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회와 정부의 실효적이고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정무장관 신설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성가족부 장관 지명을 우선 촉구하면서 정무장관 신설에도 반대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무장관을 추가로 두는 것은 ‘옥상옥’에 불과한데다 정부 몸집만 비대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여당 관리용’이나, 대통령 측근의 ‘자리 만들기’를 위해 장관직을 늘린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저출생 대응을 필두로 인구 문제가 최우선 국정 과제로 부상한 만큼 대통령실도 여당과 협의해 정무장관 신설은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이 원하는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을 서두르겠다는 의사 또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이 우려하는 여가부 폐지 가능성을 장관 임명으로 불식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가부 장관 지명에 나서면 여야 합의가 이행된 것으로 보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무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0년 ‘무임소(無任所) 장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정무장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김영삼 정부까지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된 정무장관은 이명박 정부 때 ‘특임장관’으로 부활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폐지됐다. 전두환 정부 때 노태우, 노태우 정부 때 김윤환, 김영삼 정부 때 김덕룡·서청원, 이명박 정부 때 이재오 등 정권 실력자들이 정무장관직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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