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박빙’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해 226명에 그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제치고 승리한 배경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대 이하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제시했다.
가디언은 14일 보도에서 "미국 민주당의 미래에 가장 심각한 경고를 보내는 집단은 젊은 남성"이라고 지목했다. 과거 미국의 젊은 층은 남녀 상관없이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표를 던졌지만 그러한 추세가 이번 선거에서 뒤집혔다는 주장이다.
가디언은 미국 대선 성별 표심이 두드러지게 차이 난 연령층이 18~29세라고 분석했다. 해당 연령층에서 남성 56%는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고, 42%만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같은 연령층의 여성 58%가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고, 40%만 트럼프 당선인을 뽑았다.
가디언은 이런 '성별 격차'가 비단 미국에서만 포착되는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22년 한국 대선에서도 대부분 연령층에서 남녀에 따른 투표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18~29세만 격차가 컸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에서도 독일의 경우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 지자자가 젊은 여성보다 젊은 남성이 2배 높게 나타났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앨리스 에반스 영국 킹스칼리지 사회개발대 박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을 이런 격차의 원인으로 꼽았다. 에반스 박사는 "내가 어렸을 때 영국의 TV 채널은 4개였고, 선택의 폭은 좁았다. 친구들은 BBC 뉴스, 심슨 가족, 프렌즈 같은 프로그램을 다 함께 봤다"며 "그러나 오늘날의 미디어는 스마트폰을 통해 소비되며, 선택의 폭은 거의 무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등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SNS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 검색을 '개인화'한다는 특징 때문에 같은 연령대라도 성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런 고립을 뒤집으려면 학교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지역 청소년센터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성별 양극화 흐름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혼자가 아닌 이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서로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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