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우크라니아와 전면전을 진행 중인 러시아가 살인적인 고(高)금리로 경제에 타격을 입고 있는 현상을 조명한 유력 외신 보도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영 독점 기업인 러시아철도가 내년 이자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은 70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러시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21%로 인상한 영향이다.
러시아철도의 순부채는 지난 6월 기준 2조 5400억 루블(약 36조 원)에 달했다. 내년에는 3조 9000억 루블(약 55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러시아철도는 내년 이자 지급에 6875억 루블(약 10조 원)을 배정했다. 지난해보다 6배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1016억 루블(약 1조 4000억 원)을 이미 지출했다. 내년부터는 러시아 정부가 법인세를 20%에서 25%로 올려잡으면서 러시아철도 경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025년 연간 수익 전망치는 2023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16억 루블(약 1조 1400억 원)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러시아철도에 대해 “하루 평균 330만 톤 화물을 운송하며 러시아 기계산업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기준금리가 21%로 오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러시아 기업 중 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2023년 4월 중앙은행은 2024년 기준금리가 7.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해 많은 기업이 변동금리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는데, 이는 현재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시작된 서방 제재에서 어느 정도 피해를 회복했지만 막대한 군사비 지출에 의존하고 있다. 로이터는 “막대한 군사비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촉진하며 경제 과열로 이어졌다”며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싱크탱크 ‘TsMAKP’는 “기준금리가 16%였던 지난 6월에만 해도 기업 이자 지급 부담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부채가 새로운 이자율로 재융자되면서 취약한 산업·기업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러시아 공산당 의원들을 만나 “노동력 부족이 문제”라며 “서방 제재로 타격을 입었던 은행이지만 시스템 건전성 덕분에 위기를 견디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젊은 남성들이 잇따라 투입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져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늘어난 전사(戰死) 보상금도 물가 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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