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는 가운데 미중 간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한다. 양 정상은 그들 사이의 마지막 정상회담에서 미중 관계 방향을 비롯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 두 나라는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며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그런(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소통에 대해 “우리는 항상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대화는 항상 솔직담백했다”며 “우리는 서로 기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서로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왔는데,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대화는 오판을 방지하고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에 파병된 것을 강력히 비난하며 이같은 행위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적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북러 군사협력을 “심히 위험한 전개”라고 지적하며 이것이 북한의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중관계의 순조로운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의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양국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또 "디커플링(decoupling·무역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분리 또는 차단)과 공급망 교란은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한 대중 기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APEC정상회의 마지막 날 세션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한 노력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부상 같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면서 "무역, 투자, 기술, 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을 경계하는 동시에, 날이 갈수록 보호무역 파고를 높히는 미국이 아닌 중국과 협력하자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