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땅값이 낮은 지역의 용적률을 높여주기로 하자 재건축이 지지부진했던 노원·구로·강서구 일대 정비사업에 동력이 붙고 있다. 그동안 높은 분담금에 사업 속도가 더뎠는데 용적률 추가 인센티브에 따라 일반 분양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4단지’ 재건축 예비추진위원회는 오는 30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시에 지난 9월부터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비용도 모금 중이다. 금액은 1가구당 50만 원 이상이다. 1989년 준공돼 2021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주공14단지는 지상 최고 15층, 26개 동, 총 2265가구 규모다. 서울지하철 7호선 마들역 앞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이고, 전용면적 41~90㎡의 소형 평수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용적률 146%,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 약 13.7평으로 노원구 일대에서 그나마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이 시공권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계주공5단지도 이르면 다음 달 재건축 시공사 재선정에 착수한다. 지난해 11월 GS건설과의 시공계약을 해지한 지 약 1년 만에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상계주공5단지는 이미 준공을 완료한 8단지(포레나 노원)를 제외하면 노원구 일대에서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8월 건축심의를 통과해 최고 35층, 996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낮은 대지지분과 공사비 상승 등 여파에 조합원 분담금이 치솟자 시공계약을 해지하며 사업이 멈춘 상태다.
구로구 신도림 미성아파트(824가구)는 최근 정비구역 지정 추진을 위한 정비업체 선정에 돌입했다. 오는 2030년 이주를 시작해 2034년 입주하는 게 목표다. 이 단지는 2023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물꼬를 텄지만 234%의 높은 용적률 탓에 주민들의 참여도가 저조했다. 강서구 염창동 우성1·2차와 삼천리아파트(602가구)도 이달 통합 재건축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연다. 염창동 일대는 준공업지역으로 용적률이 최대 250%로 제한된다. 그러나 서울시의 ‘서남권 대개조 구상’에 따라 지난 6월부터 용적률이 400%까지 완화돼 재건축 논의가 활발해졌다.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땅값이 낮아 분양가가 저렴한 지역의 가구 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재개발·재건축 2대 사업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이를 통해 상계동 154-3번지 일대 재개발 조합원은 1인당 추정분담금이 평균 7200만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금천구 시흥1동 871번지 재개발 조합원 1인당 추정 분담금도 4500만 원 줄었다.
다만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 여파에 재건축 호재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서울 지역 평균(0.06%)보다 낮은 수치다. 구로구 아파트값 상승 폭도 지난 주 0.02%에서 이번 주 0.01%로 낮아졌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20~30대 매수세가 큰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재건축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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