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첫 재무장관 인선을 두고 공개적으로 파벌 싸움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립자 스콧 베센트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의 저격 발언이 이어지며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선이 즉흥적인 데다 오직 충성심을 인선 기준으로 삼아 후보자 검증 과정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16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를 통해 하워드 러트닉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CEO에 대해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며 차기 재무장관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러트닉은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머스크는 일찌감치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던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이는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 게 분명한 만큼 우리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저격했다. 머스크의 공개 발언에 이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역시 이날 X에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러트닉”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케네디는 트럼프 2기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인물이다.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머스크에 이어 케네디 역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로를 놓고 ‘대리전’이 펼쳐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센트는 안정적 접근을 선호하는 이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반면 러트닉은 트럼프의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최근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에서 내분이 비공개로 벌어졌는데 이날 모든 것이 공개 석상에 떠올랐다”고 전했다.
재무장관은 차기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무역 협상 등 주요 공약을 이행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2026년 7월까지 재정지출 2조 달러(약 2792조 원)의 감축을 추진하는 데도 손발을 맞춰야 한다. 트럼프가 재무장관을 낙점하는 과정에서 머스크 등 측근들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트럼프가 아직까지 재무장관 후보를 낙점하지 않은 가운데 제3의 후보가 지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제이 클레이턴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트럼프 당선인은 누가 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레빗은 이날 백악관 대변인으로 발탁됐다.
후속 인선도 빨라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CEO를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라이트를 지명하면서 “원자력, 태양광, 지열, 석유·가스 산업에서 일해온 그는 미국 셰일 혁명을 추동한 개척자 중 한 명”이라면서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혁신을 이끄는 핵심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버티에너지는 프래킹(fracking·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 전문 기업 중 하나로 라이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연료 확대 생산 계획을 이끌게 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인선 방식을 두고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인선이 집권 1기 때보다 더 빠르고 파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단적인 예로 13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마러라고리조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미정’ 상태였지만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맷 게이츠가 낙점됐다. 심지어 게이츠는 이날 워싱턴DC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거론됐다고 전해진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역시 마러라고에서 후보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받던 중 갑작스레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후폭풍도 거세게 일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의 성비위 의혹 등 후보자 부실 검증이 도마 위에 오르며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충성파를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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