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들이 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특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에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만 무비자 입국 덕에 호실적을 냈다. 관광업계에서는 연말에는 중국인 VIP의 관광 매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에 쏠린 매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는 지난 10월 기준 카지노 매출로 602억89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달보다 1.3% 감소한 규모다. 연초 매출이 721억여 원인 것에 비하면 100억 원 이상 내려갔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10월 카지노 매출로 305억3500만 원을 냈는데. 9월보다 11%가량 줄었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드림타워의 카지노 매출로 242억 원을 냈다. 전달보다 15%가량 감소했지만 연초부터 이어지는 호실적 흐름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국경절 특수를 맞았지만 제주도와 수도권에 있는 카지노의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연휴(10월 1~7일)가 포함된 10월에 카지노 ‘반짝 특수’를 예상했다. 실제 2018~2019년만 해도 국경절에는 한 달 만에 카지노 매출이 50% 넘게 뛰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한중 관계 경색으로 줄어든 중국인 VIP의 숫자가 더디게 회복되면서 깜짝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파라다이스의 경우 중국인 VIP의 드롭액(카지노 이용객이 칩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1102억여 원으로 일본인 VIP의 드롭액(2198억 원)보다 두 배가량 적었다. 파라다이스가 지난 9월 중순부터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에 중국인 고액 베팅 고객(하이롤러)을 겨냥해 VVIP 전용 영업장을 새롭게 열었는데도 매출이 늘지 않은 것이다. GKL 역시 10월 중국인 VIP의 드롭액이 약 664억 원으로 일본인VIP 드롭액(801억 원)보다 적었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의 호실적 뒤에는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 제도가 있었다. 제주도는 현재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지역이다.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은 연초 8만여 명에서 지난 9월 13만4000여 명으로 껑충 뛰었다. 제주와 중국 내 도시를 잇는 직항 항공편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연말에 중국인 VIP의 방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이어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점쳐지는 등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VIP 고객의 쏠림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일본 VIP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구조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 카지노 고객도 덩달아 늘어나겠지만 중국 정부의 외환 규제가 엄격해 예전과 같은 대호황기는 오지 않을 수 있다”며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VIP를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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