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교통사고로 7세 아이가 됐어요. 이후 세 아이를 돌보는 일과 가정의 경제를 모두 홀로 책임져야 했지요. 미래를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인생디자인학교를 통해 용기를 가지게 됐어요.”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에서 열린 인생디자인학교 성과공유회에서 민선하(49)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년 전 민 씨의 남편은 운전 중 4중 추돌 교통사고를 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 수습 후 민 씨의 통장 잔고에는 100만 원 남짓이 남았다. 남은 인생 2막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 많던 민 씨는 지난 8월 인생의 갈피를 잡기 위해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인생디자인학교 하반기 과정에 입학했다.
인생디자인학교에서 민 씨는 그처럼 세상에서 숨고 싶은 중장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내 아픔을 포용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꿈을 구체화했다. 그는 ‘나찾기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난 두 달간 중장년 30명이 전자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열린 성과공유회는 민 씨처럼 인생디자인학교를 통해 성공적으로 인생 2막의 발판을 다진 중장년들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인생디자인학교는 중장년이 자신을 인생 1막을 회고하며 강점을 찾고, 인생 2막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생디자인학교는 크게 △비전하우스 △라이프스킬 살롱 △프로젝트 실험실로 구성됐다. 비전하우스에서 자신의 장점과 목표를 구체화해보고, 라이프스킬 살롱에서는 일, 미래 기술, 관계, 건강, 취향 등 5개 영역에서 수업을 들으며 관심사를 찾아나간다. 프로젝트 실험실은 인생에서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실행해 보는 시간이다.
지난 4월과 8월 상반기와 하반기 과정으로 나누어 진행한 인생디자인학교에는 총 314명의 중장년이 입학해 ‘숲에서 찾은 힐링과 인생 2막’, ‘꼭 알아야 하는 글쓰기 기초’, ‘강점 찾기’ 등 51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생 2막을 준비했다.
한류여행 플랫폼 ‘K-Buddies.Net’을 준비하고 있는 신창훈(56) 씨도 자신의 사례를 다른 이들과 공유했다.
신 씨는 “이 나이에 도전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걸 인생디자인학교를 통해 깨달았다”라며 "공학자로 일하며 쌓은 프로그래밍 역량에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관심사를 살려 문화예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라고 발표했다.
책으로 엮을 글 25편을 완성한 신향연 씨의 발표에 이어 시니어 모델을 꿈꾸는 중장년들의 런웨이 무대도 펼쳐졌다.
이후 △출판기념회 △스마트폰 영화 아카데미 △보드게임 강사 도전기 △오두막 짓기 등 프로젝트 실험실에 참가한 개개인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중장년들은 인생디자인학교에서 자신의 강점과 관심사를 찾고, 또래 중장년의 사례를 통해 동기부여를 얻고, 서로를 지지한 경험이 인생 2막 설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박인숙(61) 씨는 “인생디자인학교에서 제 일상과 취미를 담은 전자책을 준비하게 됐다”라며 “정식 출간까지는 많이 남았지만 동료들이 응원에 힘 입어 꼭 완성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용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인생디자인학교가 인생 2막을 위한 발판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사회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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