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전 회장 탄핵으로 공석이 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참여 명단이 18일 윤곽을 드러냈다. 이번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가 전체 15명 중 6명을 채우며 대정부 협상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대 증원 백지화 등 대정부 투쟁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정상화를 위한 의협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의료농단에 대해 계속해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이 이끄는 의협 비대위는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전공의 단체 추천 위원 3명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추천 3명,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추천 3명, 시도의사회 추천 2명 외에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가 추천한 2명과 사무총장 1명 등이다. 당초 대전협 추천 위원에 박재일 전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등이 거론됐는데, 박단 위원장을 제외한 사직 전공의, 의대생 등은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수련병원이나 학교로 복귀한 이들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회견문에서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언론과의 첫 대면 자리에서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의료 현장에 갖가지 시한폭탄을 장착해 놓은 것은 정부이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부의 모습을 보면 선배 의사들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신뢰 회복' 조치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3가지 요구사항을 내놨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도 하지 않고서 의협과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보고한 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고한 자, 사직서 수리 금지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 기본권을 침해한 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이다.
그는 "어떤 분은 무조건 협상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며 "윤 대통령께서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서 "의료시스템 문제를 전공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정부 실패를 의사의 이기심으로 인한 것이라 하지 말라"며 "현 의료 위기의 근원은 시스템 문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가혹하게 일해 온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쏘아 붙였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초저수가 관련 데이터 등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정부 실패를 시장 실패로 진단하고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에 필수의료 위기가 왔다고 한다"며 "정부 자신의 책임은 외면하고 잘못된 진단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놓자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이 시기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급격한 의대 증원의 후유증은 최소 10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시한폭탄' 의료 정책을 멈춰 정부가 '결자해지'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 임기는 내년 초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다. 비대위 출범 이후 첫 회의는 이번 주 중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3가지 선결조건이 해결되면 여야의정협의체 등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대위원들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여야의정협의체의 상황을 보면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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