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관세 전쟁’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상당한 실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지만 북미 생산 라인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30% 넘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60% 관세 및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스바루자동차는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5%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스바루자동차는 올해 4~9월 미국에 31만 7000대를 판매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규모는 18만 대 정도에 그쳤다. 마쓰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 역시 내년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북미 생산 비율이 높은 도요타자동차는 영업이익 5% 하락이 전망됐고 혼다의 경우 거의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닛케이는 “미국 현지 생산의 전환이 쉽지 않은 중견 브랜드일수록 (관세의)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기본 관세율은 2.5%(픽업트럭 제외) 수준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10~20%의 보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일본산 자동차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해 일본의 대미 자동차(4륜 차량 기준) 수출 규모는 2022년보다 16% 늘어난 148만 대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다. 설상가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6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에 나설 경우 일본 자동차 3사(도요타자동차·혼다자동차·닛산자동차) 역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유세 기간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자동차 3사는 모두 북미 수출을 위해 멕시코를 생산 기지로 활용해왔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달 8일 멕시코 생산 공장에 14억 5000만 달러(약 2조 185억 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세를 고려하면 생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혼다자동차의 경우 멕시코에서 자동차 약 20만 대를 생산하며 이 가운데 80%를 미국에 수출한다. 닛산자동차 역시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 30만 대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인상분이 판매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닌디야 다스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가격이 인상돼 미국의 신차 수요가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히로유키 노우 일본종합연구소(JRI) 연구원은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이 늦춰지면서 전기차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혼다와 닛산은 차기 행정부에 로비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가 난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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