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선고를 두고 “야당에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며 살아있는 권력에는 뭉개기 수사를 한다”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경제 인식과 대응책이 부족하다고 질타한 김 지사는 향후 대권 행보에 대해선 “그런 걸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김 지사는 1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 협약식 및 국회 토론회’에 참석했다.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경기도와 민주당이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정치권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린 시점에 ‘비명(비이재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김 지사의 국회 방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지사는 협약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정권과 검찰을 싸잡아 작심비판을 쏟아냈다. 먼저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두고선 “이게 제대로 된 법치인지 민주주의인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선 “대한민국 경제가 어디로 나아갈지 정확한 비전 제시와 좌표를 잡아야 하는데 그에 대한 대응이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보호무역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부가) 아주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심지어 상황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서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김 지사는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야권 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공개 활동에 대해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에서 다음 달 1일 특강을 진행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 역시 “이번 특강은 미국 대선에 한정하고 국내 정치는 다루지 않을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대권을 노린 이들의 물밑 행보가 점차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친명(친이재명)계는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 친명 의원인 최민희 의원은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장외 집회에 참석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비명계가 움직이면)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불거졌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이날 라디오를 통해 “(비명계 대권 주자들도) 민주당이 당대표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된다는 데에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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