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갈수록 급감하는 것은 청약 경쟁률이 급증한 가운데 분양가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첨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작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더라도 높아진 분양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1순위 기준)은 13.2대1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8.17대1)과 지난해(10.32대1)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은 올해 164.39대1을 기록하며 2022년(10.25대1)과 지난해(56.93대1) 대비 각각 16배, 3배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급등한 분양가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좌절감을 키우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 면적 기준)는 575만 9000원으로 기존 역대 최고가였던 9월(569만 2000원)보다 1.18% 올랐다. 특히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420만 3000원으로 9월(1338만 3000원)보다 무려 6.13%나 상승했다. 이처럼 높아진 분양가에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을 접으면서 청약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
◇가점 장벽·특공 소외에 2030·4050 이탈=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에 공급되는 단지도 있다. 바로 강남 등에 들어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경우 당첨 가점이 최고 80점대에 이를 정도로 높다. 실제로 지난달 청약 접수를 받은 잠실래미안아이파크의 경우 최저 당첨 가점이 69점, 최고는 81점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점수를 2030세대가 쌓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69점을 쌓기 위해서는 4인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당첨의 벽을 느낀 2030은 청약을 포기하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의 경우 강남과 같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는 청약통장이 아주 유용하지만 정작 경쟁률과 가점이 너무 높아 가입자들의 무력감이 크다”며 “강북 등의 경우 그나마 경쟁률이 낮지만 주변보다 비싸게 분양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청약을 접수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050은 늘어나는 특별공급 물량을 보며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있다. 현 정부가 청년층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겠다며 올 들어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민간 분양에서 신생아 우선공급까지 도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분양 일반 공급 물량의 절반을 신생아 가구에 우선공급하기로 하면서 오랜 기간 청약 당첨을 꿈꿔왔던 4050세대는 허탈해하며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있다.
◇이탈 자극한 정부의 제도 개편=정부의 청약 제도 개편이 오히려 청약통장 해지를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렸는데 이 같은 상향 조정이 2030 가입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 분양과 달리 공공분양은 청약통장의 저축 총액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이에 매월 최대 납입 한도인 25만 원을 꽉 채워넣는 가입자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약통장에 할애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밖에도 정부가 9월 23일부터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금리를 기존 2.0~2.8%에서 2.3~3.1%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이날 기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50~3.9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통장은 기본적으로 당첨에 대한 기대감과 금리 두 가지에 기반해 가입자를 유지하는 구조인데 현재는 높은 경쟁률과 분양가로 당첨과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사라진 상황”이라며 “금리의 경우 과거에는 청약통장이 고금리 상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지금은 시장금리가 더 높아 금리에 대한 메리트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