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이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8일 토론회에서 밝힌 ‘R&D 세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민간 R&D 투자 증가율이 2000~2009년 연평균 12.7%에서 2011~2015년 9.3%, 2018~2022년 7.4%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민간 R&D의 75%를 차지하는 대·중견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감소한 탓이다. 대기업의 일반 R&D 세액공제율은 2013년 최대 6%였으나 현재는 2%까지 낮아졌다. 물론 대·중견기업들도 신성장·원천기술(20~30%)이나 국가전략기술(40~50%)의 경우 높은 공제율이 적용되지만 까다로운 요건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행 R&D 세제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중소기업에 비해 대·중견기업에는 세제 혜택이 야박하다. 반면 선진국들은 기업 규모 구분 없이 적극 지원한다. 2023년 기준 대기업의 R&D 투자 대비 조세 지원 비율이 한국(2%)에 비해 프랑스(36%), 독일(19%), 영국(18%), 일본(17%) 등은 현격하게 높다. 또 정부가 지정한 기술에 대해서만 높은 세제 지원을 해주는 ‘포지티브’ 방식도 한계다. 신성장·원천기술은 14대 분야, 270개, 국가전략기술은 7대 분야, 66개로 국한돼 있고 세부 요건까지 일일이 나열돼 있다. 융복합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데 경직된 R&D 세제 지원은 시대착오적이다.
무역 장벽을 높이는 ‘트럼프 2기’에 기업들이 글로벌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주요국은 자국 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R&D 세제 혜택을 과감히 주고 있다. R&D 투자는 우수 인재 육성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기업 성장의 동력이 된다. 신성장 동력을 점화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R&D 세제 지원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R&D 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지원 대상 기술 선정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찔끔’ 지원만으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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