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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화석연료와 기후협정의 공생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이할 분야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이다. 2023년부터 시험 실시중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CBAM)가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고 ESG 재무적 공시 의무화 시점을 두고 국내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전기자동차 혜택 중단,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화석연료와 원전 확대를 내건 상태다. 트럼프 당선자가 탄소 배출 규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환경 정책들이 결국 중국 산업과 기술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보는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주된 축이고 유럽이 주도하는 환경 위주의 탄소 경제는 고비용 경제를 만들 뿐 탄소 배출 거래가 시작되면 미국의 달러 패권만 약해진다고 본다.

201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나선 EU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4%에서 15%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9%에서 18%로 늘어났다. 미국은 25% 정도로 변화가 없다. 재생 에너지에 올인하고 탄소 배출을 규제하면 국가 부가 늘어난다는 EU의 계산은 빗나갔다. 최소한 단기간에 실현될 사안은 아닌 것이다.



EU의 에너지 원가를 도외시한 환경 우선주의 사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유럽의 에너지안보가 붕괴한 반면 중국의 제조업 에너지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으로 공급되지 못한 러시아 가스가 헐값에 중국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후대응에서 시작한 에너지 구도 변화가 미국 유럽의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중국의 저가 제품이 세계로 수출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EU는 세계기후환경규범을 선도해왔지만 동시에 신국제질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중국이 유럽의 전기차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사이 러시아는 안보적으로 유럽을 유린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16일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셰일가스 기업 최고경영자인 크리스 라이트는 석유가스에 기반한 에너지패권 주도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중국과의 인공지능 군비경쟁에서 승리하겠다고 천명했다. 라이트 지명자는 셰일가스 생산 확대와 LNG 형태로 서유럽과 동유럽으로의 수출을 통해 유럽의 무너진 에너지 균형을 복원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내 화석연료 선회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은 돌이키기 힘들 것이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 미국밖의 전기차 경쟁은 재현될 것이다. 트럼프 시대에도 우리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탄소 산업혁신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의 탄소다 배출 수출 산업구조로는 녹색무역장벽을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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