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올해 외국인 대상 사형 집행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간) 사우디 관영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사우디의 외국인 사형 집행 건수는 101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 집행은 173건이었다. 외국인 사형 집행 건수는 각각 34건을 기록했던 2022년과 2023년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국적별 사형 집행 현황을 보면 파키스탄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예멘 20명, 시리아 14명, 나이지리아 10명, 이집트 9명, 요르단 8명, 에티오피아 7명 순이었다. 수단, 인도, 아프가니스탄 출신이 각각 3명, 스리랑카와 에리트레아, 필리핀 출신이 각각 1명씩 처형됐다. 가장 최근 사형 집행은 17일 남서부 나즈란 지역에서 이뤄졌다.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된 예멘 국적자가 대상이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유럽-사우디 인권기구(ESOHR)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년 동안 100명의 외국인을 처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역대 최다"라고 밝혔다. 전체 사형 집행 건수는 17일 기준 274건으로 집계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 마약 범죄에 대한 3년 간의 사형 집행 유예를 종료했다. 올해 마약 관련 사형 집행은 총 92건이며, 이 중 69건이 외국인이었다. 외교관들과 인권활동가들은 외국인 피고인들이 재판 문서 접근권을 포함한 공정한 재판을 받는 데 더 큰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기준 중국,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형을 집행한 국가로 기록됐다. 이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22년 한 인터뷰에서 '살인 사건이나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형제를 폐지했다'고 언급한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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