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생후 3개월 된 레서판다가 불꽃놀이 소음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었다. 이 레서판다 어미는 5일 전 세상을 떠났는데 같은 이유로 추정된다.
18일(현지시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에든버러 동물원에 살던 생후 3개월 된 레서판다 록시가 지난 5일 숨을 거뒀다. 레서판다는 전 세계적으로 1만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대표적인 멸종 위기종으로 꼽힌다.
록시는 도시 전역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던 밤 스트레스 반응으로 구토를 했다. 그러다가 질식사로 생을 마감했다. 록시가 죽기 5일 전 어미 진저도 갑자기 죽음에 이르렀는데 수의사들은 진저의 사인도 불꽃놀이 소음 때문일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벤 서플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RZSS) 부대표는 "록시는 최근 어미인 진저를 잃었지만 전문가들의 특별한 보살핌 아래 잘 지내며 독립적으로 먹이를 먹고 있었다"라며 "수의사들은 록시가 불꽃놀이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구토하다 질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에든버러 동물원은 동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불꽃놀이에 대한 더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꽃놀이 소음 허용 데시벨을 120에서 97로 줄여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스코틀랜드 왕립동물학회 관계자는 "끔찍한 소음이 록시에게 크게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며 "진저를 비롯한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도 불꽃놀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에든버러의 4개 지역에서 불꽃놀이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가 시행됐으나, 동물원 주변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에든버러 동물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욱 엄격한 불꽃놀이 규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물원 측은 전통 축제일에만 개인 불꽃놀이 허용, 최대 허용 120dB에서 97dB로 하향, 공공 불꽃놀이 허가제 도입, 소음 수준을 표시하는 불꽃놀이 포장 라벨링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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