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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에 피어난 꽃…독재의 어둠 속에서 희망을 그리다

이란 출신 현대미술가 니키 노주미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 개인전

혁명 이전 제작한 작품 3점

망명 이후 자유로움 담겨진

퍼즐같은 그림 60여점 전시

"중동 예술가, 정치 참여해야

표현에 속박없는 국가 꿈꿔"

니키 노주미의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 사진제공=바라캇컨템포러리




“예술가들, 특히 중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란의 현대미술 거장이자 사회 운동가인 니키 노주미(82)의 적극적인 현실 참여 작가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작가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중동이라는 특수한 지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꿈꾸는 이상향은 평화로운 국가, 속박과 장애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국가”라고 했다.

갤러리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니키 노주미: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는 이란 태생의 미국인 작가 니키 노주미가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에 제작한 작품 3점과,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직후 1981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제작한 모노타이프 60여 점을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다.

사라진 역사적 작품 120점…서울에 온 살아남은 그림들


작가 니키 노주미가 자신의 작품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서지혜 기자


노주미의 작품 중 1980년 이전의 작품 120여 점은 행방이 묘연하다. 노주미가 1980년 이란 테헤란의 현대미술관에서 자신의 전시를 개막한 직후 작품을 두고 고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말고 당장 이란을 떠나라’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급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그가 탄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이란과 이라크는 전쟁을 시작했다.

노주미는 1968년 테헤란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보자르에 입학한 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미국에서는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팔레비 왕조에 항의하는 시위를 조직했고, 1979년 팔레비 왕조가 전복된 이후에는 이란 혁명을 기념하는 전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는 이란에서 마지막으로 연 전시에 ‘혁명의 기록’을 포함한 120여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들은 혁명 이후 성립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이란 언론은 그의 작품을 공격했다. 그렇게 추방되다시피 미국으로 쫓겨난 후 노주미는 자신의 작품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니키 노주미의 ‘워킹 앤 토킹’(1976). 사진 제공=바라캇컨템포러리


니키 노주미의 ‘스탠딩 톨’(1976). 사진 제공=바라캇컨템포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혁명 이전인 1976년에 제작한 작품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3점의 작품은 이 시기 작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정치적 저항의 어둠과 희망 모두를 보여준다. 전시 제목 ‘누군가 꽃을 들고 온다’는 노주미가 1976년 제작한 첫 모노타이프에 페르시아어로 쓴 문장이다. 모노타이프는 금속 혹은 석판 위에 직접 유화나 잉크로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덮어 인쇄하는 제작 방식이다. 회화와 판화의 혼합 공정이지만 에디션이 없는 유일본 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당시 이 작품을 통해 민주화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담았지만, 이후 이란에는 더욱 극심한 독재정권이 수립됐다.

퍼즐처럼 맞춰진 그림…"중동 작가들은 정치적 참여 해야"


마이애미로 피신한 노주미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과 고향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상실감은 오히려 더욱 깊은 예술 세계로 그를 안내한다. 이곳에서 그는 보다 즉흥적이고 격정적인 작풍의 모노타이프를 제작한다. 다양한 소재와 요소를 세심하게 배치해 이미지를 구성하는 후기 작품과 달리 이 시기 모노타이프는 작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거의 신체적 반사 행동과 같이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강렬한 원색과 날렵한 붓놀림으로 그린 작품에는 혁명의 이미지와 함께 이란인의 자유를 위협하는 새로운 적이 등장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여러 장의 작은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이 퍼즐처럼 맞춰진 커다란 말 그림이 눈에 띈다. 작가는 판화 프레스기의 규격에 따라 작은 단위의 종이를 잇는 방식으로 큰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같은 방식을 통해 회화 평면의 논리적 정렬을 흐트러뜨리고, 작가 자신과 세상이 아직 분열되어있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환기 시킨다.

니키 노주미의 ‘파란 말’(The Blue Horse, 1981). 사진제공=바라캇컨템포러리


반면 작품 속에서는 작가의 자유로움도 느껴진다. 그는 종이 위에서는 망명자 신세가 아닌 진정으로 자유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작업실 한구석에 한 묶음으로 쌓여 있던 것들이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다가 새로 발견한 작품들이다. 대다수 그의 작품이 사라진 상황에서 재평가 받을 귀한 작품이다. 노주미는 “중동 출신 작가의 작품이 미국에서 관심을 받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며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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