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가 결국 폐지됐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폐지를 막고자 재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남도의회는 20일 열린 제419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이 조례 폐지안 재의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재석의원 62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폐지 찬성 55명·반대 5명·기권 2명으로 폐지안이 가결됐다.
이날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한상현(비례)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국민의힘이 다수인 도의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박 교육감은 재의를 요구하며 “지역과 교육이,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정책적 흐름”이라며 “경남도만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사회적 가치에서 소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의 요구 기간에 도내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2000여 명의 도민을 만나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교육과정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게 하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폐지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의견 1만2084건 중 반대가 1만1869건(98.2%)로 찬성 215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강조했으나 재석 의원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상현 도의원도 “조례는 우리 사회가 잃어가는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고 마을과 학교가 협력해 교육자원을 연계하고 지역에 활력을 주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며 “공동체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경남을 살리는 새로운 교육모델이자 긍정적인 성과가 분명하다”고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교육감은 재표결 직후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교육청이 마련한 쇄신안이 제대로 실행되기도 전에 지원 조례가 폐지됐다”며 “이번 도의회 결정에서 어떤 절차적 정당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례가 제정 3년 만에 폐지되면서 후폭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조례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교육 인프라가 취약한 군 단위 지역에 해당 사업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조례 폐지는 지역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보수 단체들은 이념 편향적인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2026년 초교 1~6학년 늘봄학교 전면 시행에 맞춰 학교 안에서 통합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2021년 7월 11대 도의회 때 제정된 이 조례는 학교와 마을, 지역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해 사각지대 없는 교육생태계를 조성하는 경남도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