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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핵사용 문턱 낮추자…美, 우크라에 대인지뢰 공급도 승인

트럼프 정부 군사원조 중단 우려

한반도 外 사용금지 파기 초강수

러는 쿠르스크 5만명 집결 공세

美 키이우대사관 공습 우려에 폐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던 중 손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승인한 데 이어 대인지뢰까지 공급하기로 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핵무기 사용을 위한 교리(독트린) 개정에 나서는 등 세계를 향한 핵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미러 강대강 충돌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동부 전선 진격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설명이다. WP는 “레임덕 상태인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단행한 긴급 조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국제적 논란이 될 수 있을 만큼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다. 미국을 포함한 164개국은 민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인지뢰를 ‘한반도 외 사용금지’하는 오타와협약 당사국 중 하나다. 이 조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20년 1월 폐지됐다가 2022년 6월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되살렸다.



최근 러시아는 병력 확대를 가속화하면서 동부 전선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북한군 약 1만 명을 포함한 러시아군 5만 명이 집결해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군사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총 2700㎢로 지난해(465㎢)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 영토 1171㎢를 점령했지만 올해 러시아군에 밀려 절반가량을 빼앗긴 상태다. 그만큼 전세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마리나 미론 국방연구원은 BBC에 “러시아가 계속 진격할 경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전황을 뒤집을 긴급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게 미 고위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의 휴전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바이든 대통령이 급격한 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으로 거론된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할 경우 미국이 군사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에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하면 결국 패배할 것”이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트럼프)가 푸틴보다 훨씬 더 강하고 미국이 더 강력하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조치에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 개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새로운 핵 교리는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의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러시아는 핵폭발로 인한 방사능과 자연재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이동식 방공 시설인 ‘KUB-M’ 양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소재한 미 대사관은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서는 “별로 놀랍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크렘린궁은 무책임한 핵 수사와 행동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강압하고 위협해왔다”며 현재로서는 경계 수위를 더 높이는 등의 대응을 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러시아의 새 핵 교리 발표가 말만 요란한 위협에 불과하다”며 “푸틴이 핵을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약 조건들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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