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21일 첫 회의를 열고 대정부 투쟁 방향 등을 논의한다. 비대위는 10개월째인 의정갈등 핵심인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개원의, 의대 교수들까지 망라하고 있어 그동안 갈라져 있던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낼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를 앞두고 정부와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의료계에 대한 사과와 의대 정원 증원 절차상의 오류 인정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요구사항으로 의협이 여야의정협의체 등 대화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일 의료계 안팎 설명을 종합하면 박형욱 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비대위는 21일 저녁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연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하는 가운데 여야의정협의체 참여여부, 2025~2026년 의대 증원 등 대정부 투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임현택 전 회장 탄핵 이후 18일 출범했으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대전협 추천 위원 3명과 의대생 단체 추천 위원 3명, 의대 교수 단체 추천 3명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비대위는 개원의 등 의료계 모든 직역별 비중이 비슷하고 규모가 이전에 비해 작다는 점이 눈에 띄며, 다양한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의정갈등 초반인 2월 꾸려진 비대위는 40여명으로 구성됐으나 임현택 전 회장이 당선된 후 주도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동력이 떨어진 바 있다. 한 비대위원은 “지금은 대정부 투쟁은 고사하고 일단 무너진 의협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의료계가 다시 의견을 모은다는 데 의미를 우선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조치를 취하는 게 대화의 단초라고 주장한다. 그는 20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의사 공급 과잉이 초래된다는 연구는 다 빼버리고 원하는 연구만 가지고 결론을 내린 것은 비과학적”이라며 “‘비과학적 주장을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문책의 정도는 사실관계가 바로잡히면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 의료계와 협의했다고 말한 게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료계는 불통이라고 낙인찍은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대화 선결 조건과 관련해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이 ‘협의도 하지 않고 협의했다고 거짓말하는 정부, 그리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정부와 대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시면 제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대위는 내년 1월 2~4일 차기 회장 보궐선거 때까지 활동한다. 후보 등록 기간은 다음 달 2~3일로, 올 3월 회장 선거에 출마해 임 전 회장에게 패했던 주수호 전 의협 회장과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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