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일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라피더스(Rapidus)의 고이케 아츠요시 사장이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대만 반도체 기업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고이케 사장은 “최첨단 제품만을 양산하는 체제를 구축해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물량으로 압도하는 한국·대만 반도체 회사와는 달리 우리는 빠른 시간에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화 시스템 확충으로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일 것”이라고 했다.
라피더스는 2022년 11월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일본 정부 주도로 설립됐다. 도요타·소니·NEC·키옥시아·NTT·소프트뱅크·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총 73억 엔을 출자했다. 회사 이름은 라틴어로 ‘빠르다’는 뜻으로 한국·대만과의 기술 격차를 신속히 따라잡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일본 정부는 이 회사에 지금까지 9200억 엔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에 보조금 6조 엔, 정부기관 출자 및 채무보증을 통한 금융 지원 4조 엔 등 총 10조 엔(약 90조 8800억 원)을 라피더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 출자 등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라피더스는 지난해부터 홋카이도 지토세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곳에서 내년 4월부터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시험 생산한 뒤 2027년에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나노칩 제조 기술을 보유한 미국 IBM과 첨단 반도체 공동 개발 협약도 체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내년에 라피더스에 2000억 엔(약 1조 8000억 원)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현지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예산 등 전방위 지원을 하고 국회는 R&D 인력의 주52시간 근무제 예외 인정, 보조금 지급 근거 등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초당적으로 협력해 통과시켜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