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을 마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인기상 온라인 투표로 아직 열기가 뜨겁다. 황유민(21·롯데),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 윤이나(21·하이트진로)의 3파전 구도가 만들어진 가운데 골프 팬들이 기억해야 할 5명의 선수가 더 있다. 올해로 정규 투어에서 10년 연속 활약한 박결(28·두산건설), 박지영(28·한국토지신탁), 지한솔(28·동부건설), 최은우(29·아마노), 박채윤(30)이다. 이들은 이달 27일 열리는 대상 시상식에서 ‘K-10 클럽’상을 수상한다.
2017년 신설된 K-10 클럽상은 10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개근상이라 불린다. 하지만 단순히 개근상으로 불리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매년 상금 랭킹 60위 안에 들거나 지옥의 시드전을 통과해 시드를 10년 연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실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우등생에게 주어지는 상이 K-10 클럽상이다.
K-10 클럽 선수들에게는 몇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대상 시상식에서 트로피와 부상이 수여되고 플레이어 배지와 캐디 재킷용 브로치가 특별 제작돼 지급된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인기를 끄는 혜택은 정규 투어 대회 때 지정 주차 공간이 배정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회의 디펜딩 챔피언에게 지정 주차 구역을 내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K-10 클럽 선수들은 모든 대회에서 디펜딩 챔피언급 대우를 받는 것이다.
10년 근속을 의미하는 K-10 클럽 가입자는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1명(최가람)에서 2022년 2명(김지현·장수연), 2023년 3명(김소이·하민송·서연정), 그리고 올해 5명으로 늘어 내년에는 K-10 클럽 선수가 총 24명이 된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10명이 내년 정규 투어 시드권자다. 예전처럼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미국 무대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줄어든 점도 이 같은 추세의 이유일 수 있다. KLPGA 협회도 점차 K-10 선수들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초반이 강세인 투어에서 최근 중견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4월 K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이정민은 데뷔 15년 차, 10월 서울경제 클래식 우승자 지한솔과 올 시즌 3승의 박지영은 10년 차다. 올해 데뷔 첫 승을 올린 뒤 3승까지 몰아친 배소현도 내년이면 데뷔 9년 차다. 올해 우승은 없지만 15년 차 안송이는 올 시즌 KLPGA 투어 역대 최다인 361번째 출전 기록을 세웠다.
KLPGA 투어에 장기근속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투어가 탄탄한 직장으로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올 시즌 31개 대회, 총상금 330억 원 규모로 진행된 KLPGA 투어는 사상 처음으로 대회당 평균 상금이 10억 원을 넘었다. 고액 연봉자도 늘어 윤이나·박현경·박지영·황유민까지 4명이 상금 10억 원 이상을 벌었고 총 54명의 선수가 시즌 상금 2억 원을 돌파했다. 또 투어의 여건이 좋아지면서 박주영과 안선주 등 ‘엄마 골퍼’도 투어 생활을 활발히 하고 있다.
K-10 클럽상 수상으로 롱런을 이어가고 있는 박지영은 “1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조금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 K-20까지도 노력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박결은 “루키 때부터 꿈꿨던 상을 받게 돼 뿌듯하다”고 했고 지한솔은 “10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는데 10년이 금방 다가온 것 같다”며 “K-10 선수들이 지금 보다 많아져서 더 좋은 혜택들이 생기면 선수들이 어떤 상보다 욕심내는 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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