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더 유연해진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앞세워 민생·경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20일 ‘민주당·한국무역협회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신기술·신산업 영역에 대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은 최대한 빨리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또 당내 금기어인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노사 끝장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자고 했다. 그는 주식 투자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재계의 숙원이던 배당소득 분리 과세와 배임죄 완화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이 대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과 만나 재계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는 등 연일 친기업·친시장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각종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자 중도층 확장으로 차기 대권 주자 위상을 굳히고 정책 논쟁을 유도해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어찌 됐든 이 대표가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기업 활동 지원 의사를 밝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간 말과 행동이 달라 진정성에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주52시간제 보완을 추진하자 “과로사 강요 정책”이라며 ‘주4.5일제’ 도입을 주장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우리 기업의 원전·방산 수출 성과에 대해 ‘덤핑 수주’ 등을 운운하며 훼방을 놓으려 했다.
이 대표가 진정 먹사니즘을 실천하려면 말의 성찬이 아닌 조속한 입법 처리로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은 사실상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반시장적 법안의 강행 시도부터 멈춰야 한다. 또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예산 칼질과 선심성 포퓰리즘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취약층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노동·연금 등 4대 개혁도 정부에만 미룰 게 아니라 야당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 수권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처리,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 등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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