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에 대해 “빈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것이고 행동주의펀드를 거쳐서 우리 국부가 유출되는 결과로 귀결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16개 그룹 사장단이 ‘상법 개정 반대’ 성명을 낸 것을 거론하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나왔던 사장단 공동성명이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은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메르스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이사회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면 일단 듣기는 좋지만 기업은 소액주주들에 의한 상시 소송 리스크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으로 경영권 위험이 노출된다”며 “대부분 선진국들이 이사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지배구조를 뒤흔드는 규제가 동시다발로 나오면서 행동주의펀드의 목표가 된 기업이 2019년 8개에서 지난해 77개로 늘어났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기업지배구조를 흔드는 또 다른 규제는 상속세”라며 “1인당 국민순자산은 2012년 2억2000만원이었는데 2022년은 4억4000만원으로 두 배 늘어났다. 그 기간 동안 상속세부담은 1조8000억 원에서 19조3000억 원으로 10배 넘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로 기업은 지배력을 잃거나 사모펀드에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미국은 우리와 정반대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ISS 등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과도하게 기업경영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했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기업에 대한 보호 상속세와 법인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례는 (상법 개정이 아닌) 핀셋 처벌로 엄정하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세금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반정서를 없애고, 우리기업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에 대해 “적용 대상이 상장, 비상장 회사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업계에서 느끼는 부담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보호·공평 의무까지 신설돼서 업계가 느끼는 여러 부담을 고려했을 때, 상장법인에 한해 적용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판단”이라며 “정부에서 F4 모임(경제부총리 주재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을 거쳐서 (자본시장법 개정) 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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