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이름 등 개인정보를 기재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직 전공의 정 모 씨가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이용제 판사는 22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 측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고 피고인도 자신의 행위에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 행위가 스토킹으로 평가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스토킹 범죄의 경우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해야 하고, 지속성과 반복성이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 1100명 중 485명은 개인정보 게시가 1~2회에 그쳤고, 44명의 경우 3회에 불과해 지속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안감도 일부만이 피고의 행위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진술했을 뿐, 나머지는 단순한 불쾌감을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정 씨의 보석 청구에 대한 심문도 함께 진행했다. 정씨는 지난달 29일 보석을 신청했다. 변호인은 “공소장 죄명은 스토킹법이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토킹 범죄와는 너무 다른 사건이다”라며 “명단 제시 이외에는 피해자에게 해를 가한 점도 없다”고 보석 허가를 요청했다.
정 씨는 “구속 수감 중이다 보니 7000장에 달하는 증거기록을 현실적으로 구치소에 반입하기 힘들다”며 “검사님께서 명단을 제가 제일 잘 알 거라고 지적하셨지만, 상식적으로 1100명을 다 기억할 수 없다”고 방어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검사는 사정 변경이 없다며 보석 불허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정 씨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채널 등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피해자 1100여명의 소속 병원과 진료 과목, 성명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총 26회에 걸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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