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지났다. 예년과 달리 영하권 기온이 늦게 찾아오면서 기후위기 현실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일본에서는 후지산 첫눈이 130년 만에 가장 늦게 관측됐고 서울의 첫서리 역시 평년보다 9일이나 늦게 나타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하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의료진으로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점은 계절성 질환의 유행 시기가 바뀌거나 악화되는 현상이다. 급변하는 기온 탓에 면역력 저하와 관련된 다양한 건강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독감, 감기와 같은 호흡기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독감 의심 환자는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일반 감기 환자는 450만 명을 넘었다.
알레르기 비염도 9월이 아닌 10~11월에 호발하는 추세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물질의 영향을 받아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다. 면역 체계가 약화될수록 증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1년 10월과 11월 알레르기 비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약 206만 9152명이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79만 8818명으로 3년새 환자 수가 약 35% 증가했다.
이처럼 급격한 기온 변화와 일교차는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약화시켜 각종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면역력을 증강시킬 수 있을까.
바쁜 직장인들이 면역력 증강에 나설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은 보약 처방일 것이다. 체질과 세부 증상에 맞게 처방되는 보약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부족한 기력을 증진시키고 체내 영양분을 공급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황제의 보약’이라고도 불리는 ‘공진단’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녹용, 사향, 산수유 등의 약재를 조합한 공진단은 ‘타고난 원기를 든든히 하고, 오장의 조화 및 병이 생기지 않게 하는 약’이라고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장수 유전자인 ‘시르투인1’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노화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진단에 육미지황탕 처방을 가미한 육공단도 면역력 증가에 효과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헬리온 (Heliyon)’을 통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육공단은 면역세포의 사멸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면역 세포의 사멸을 억제하는 BCL-2단백질의 발현 강도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염증 수치와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인터루킨-10(IL-10)은 약 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약 처방과 함께 약침 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약침은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빠른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 중 산삼약침, 자하거약침 등은 면역력 증진, 피로 회복, 염증 반응 억제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며 환절기 면역력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체질에 맞는 한의학적 처방과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을 통해 겨울철 건강을 지키고, 활기찬 연말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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