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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없으면 가져갑니다”…국가가 가져간 유산 ‘억’ 소리 난다는데

무연고 사망자 유산, 국고로 귀속

작년 귀속액 16억6500만원 달해

日선 지진 피해 지원·기업에 기부

“日처럼 사회 환원제도 마련이 시급”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 리어카를 끌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인구 고령화·1인가구 증가 등 영향으로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이 늘어나는 가운데 무연고 사망자의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국고로 귀속된 무연고 사망자의 재산이 총 12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귀속액은 16억6500만 원으로 2014년 1200만 원과 비교해 무려 1만3775% 증가했다.

현행법상 사망자의 재산은 배우자나 자녀 등 법정 상속인이 상속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상속인이 없는 경우 민법 제1058조 1항에 따라 해당 재산은 자동으로 국고에 귀속된다. 유언장을 통해 제3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지만 실제로 유언장을 남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1차 베이비붐 세대(1954~63년생)가 70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비중은 2022년 26.0%에서 2052년 51.6%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여준다. 일본 최고재판소에 따르면 2022년 국고 귀속된 무연고자 재산은 768억엔(약 6967억 원)으로 2013년 336억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일본에서는 사회 공헌을 위한 유산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부된 유산은 대부분 지진 피해 지원이나 난치병 연구와 같은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되지만 특정 단체나 기업 등을 지정해 기부할 수도 있다. 2021년 나고야시 히가시야마 동식물원의 사례처럼 70대 여성의 1억7000만엔 규모 유산 기부로 레서 판다 3마리를 데려오고 사육시설 건립도 가능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일본처럼 유산의 사회 환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도걸 의원은 "홀로 외롭게 살아온 고령자들의 재산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국고에 귀속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고인의 유산이 보다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평균 수명이 83.5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10년 내 무연고 사망자의 재산 귀속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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