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노역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사도광산 추도식이 24일 한국 정부와 유가족들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짜리’ 행사로 진행됐다.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 정부는 행사 하루 전 전격 불참을 결정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양보해온 정부의 노력에도 일본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이날 사도섬 서쪽의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행사 하루 전날 불참을 결정했다. 추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유족은 25일 오전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박철희 주일대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별도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한 것은 행사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일본이 정부 대표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 참석을 통보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강제 노역 조선인 피해자를 위로하는 추도식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컸다. 초청 대상인 한국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비용을 우리 외교부가 부담하고 추도식 공식 명칭에 추모 대상이 빠진 점에서도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일본 정부는 추도사에 ‘강제징용’과 관련한 언급을 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추도사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 아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며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강제 노동에 대한 언급과 이들에 대한 추모와 반성의 내용은 빠졌다.
이번 추도식은 올 7월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한국의 찬성 대가로 일본이 매년 열기로 약속한 행사다. 하지만 첫 행사부터 파행으로 끝나며 한일 관계에 다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내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진행하려던 정부의 행사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 양국 공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선제적인 대일 외교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양국 외교 당국은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하나의 단일적 문제가 양국 관계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고 우익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문제가) 조기에 진정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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