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 가운데 마약성진통제나 항우울제, 수면·진정제 등 중추신경계 약물을 복용 중인 비율이 약 87%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는 연구결과로 약물 관리의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5일 지난해 장기요양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중추신경계 약물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장기요양서비스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곤란한 65세 이상 노인 혹은 65세 미만이라도 치매·뇌혈관질환·파킨슨병 등을 가진 사람에게 간호, 목욕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시설급여 수급자는 요양시설에 입소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재가급여 수급자는 가정에서 간호 등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작년 기준 시설에 들어간 수급자는 18만7077명, 재가서비스를 받는 이는 70만4109명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중 연간 1일 이상 중추신경계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전체의 79.2%였다. 그 중 장기요양시설에 있는 이용자로 범위를 좁히면 그 비율이 86.8%에 달했다. 변진옥 건강보험연구원 보험정책연구실장은 “31.7~78% 수준인 캐나다·호주·유럽연합(EU) 등 외국에 비해 높다”고 설명했다. 연간 28일 이상 해당 약물을 복용한 비율은 시설에 들어간 사람이 76.7%로 재가서비스 수급자(56.6%)에 비해 20.1%포인트나 높았다.
연간 1일 이상 약물을 복용한 요양시설 내 노인들은 마약성진통제(57.6%)와 항정신병제(53.2%) 순으로 가장 많이 복용했다. 연간 28일 이상 복용한 이들 중에서는 항정신병제(50.7%), 항우울제(33.3%) 순으로 높았으며 마약성진통제는 27.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건보공단은 항정신병제의 경우 단기복용률과 장기복용률이 큰 차이가 없어 대부분 환자들이 장기복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항우울제·항불안제 등 다른 약물과 6개월 이상 동시에 처방해 병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추신경계용 약물은 중독과 의존, 낙상, 골절위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필요한 경우에만 세심하게 투약해야 한다”며 “장기요양시설의 인력·전문성 부족으로 약물 조정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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