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해외 기술 유출 사범 검거 건수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이 지난해 대비 5배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국가 핵심 기술 등 해외 기술 유출 2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수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이 10건을 기록해 지난해 2건 대비 5배 증가했다. 국가 핵심 기술 해외 유출은 2021년 1건, 2022년 4건이었다. 그간 10%대에 머물던 해외 기술 유출 사건 비중 또한 올해 처음으로 20%대로 상승했다.
유출 국가로는 중국이 25건 중 18건을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3건, 독일 1건, 베트남 1건, 이란 1건, 일본 1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술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가 8건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했고 반도체는 7건(2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출 수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e메일과 촬영으로 유출된 건이 각각 5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USB 저장, 반환 거부가 각 3건이었다.인력 유출과 인쇄, 클라우드를 통한 유출도 각 2건을 기록했다.
일례로 올 10월 광주경찰청은 해외 영업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 피해 업체의 디스플레이 관련 영업비밀을 사진 촬영해 공범에게 제공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수법으로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전 공정팀 직원 등 2명을 검거한 바 있다.
앞서 9월에는 서울경찰청이 국가 핵심 기술인 20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자료를 유출하고 중국으로 이직 후 반도체 개발에 부정 사용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위반)를 받는 대기업 엔지니어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관내 기업 및 산업단지 등 지역 특성에 맞춰 수사팀별 전담 기술을 지정해 전문 수사 체계를 구축, 기술 유출에 대응해왔다.
그 결과 경찰은 올해 피의자가 국가 핵심 기술을 유출하고 받은 급여 및 체류 비용 등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 보전하는 등 6개 사건에서 49억 원가량을 환수했다.
경찰청 안보수사국 관계자는 “첨단화·조직화하는 해외 기술 유출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전담 수사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위장 수사 등 최신 수사 기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들과 브로커 처벌 규정 신설 등 법제 개선에도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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