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로 처음 센터에 오는 분들은 바쁜데 왜 하나 거부감이 있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 모델 아니면 절대 경험하지 못할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말씀하세요. 프로그램에서 정해진 10회의 심리상담을 수료하신 분 중에서는 처음으로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 털어놓을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계속 울면서 상담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세요.”
마약류를 투약하다 적발된 범죄자 중 기소유예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치료·재활을 실시하는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 제도가 올해 처음 정식 도입된 후 호응을 얻고 있다. 대상자들에게 사전에 실시한 상담 평가를 토대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관련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약물 치료와 재활 교육, 심리상담, 중독 상담 등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모델이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이 모델을 통해 119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전국 17곳에서 운영하는 함께한걸음센터(옛 마약류중독재활센터)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수료했거나 이수 중이다.
‘사법-치료-재활 연계 모델’은 단순히 약을 끊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전문적·심리적 차원에서 중독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김에스더 중앙함께한걸음센터장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막연히 모르는 상태에서 거부감이 있던 사람들도 다들 달라진다”며 참여자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이를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 때문에 대부분 생업이 있는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센터를 찾는다. 당연히 불만을 가진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하지만 점점 횟수가 쌓이면서 자기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초범일 경우 가족들도 모를 만큼 주변에 꺼내기 쉽지 않은 약물 이야기를 여기에서 털어놓고 가고는 한다”고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연계 모델 외에도 함께한걸음센터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만 8547건의 사회 재활 서비스를 제공했다. 식약처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사람들이 다시 마약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 24시간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함께한걸음센터로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었다. 초기 상담과 단기적 개입은 물론 재활 프로그램과 사후 관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아편 유사 작용제) 계열 의료용 마약류는 다른 마약류에 비해 금단증상이 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는 한다. 종류도 졸피뎀·옥시코돈 등 진통제부터 이른바 ‘나비약’이라고 불리는 다이어트 약까지 다양하다. 순간적 경각심만으로는 마약을 끊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데 주력한다.
어려운 재활 과정을 이겨낸 일부는 다른 중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의료용 마약류에 중독됐다가 2019년께 직접 인터넷 검색으로 센터를 알아보고 찾아온 20대 남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각종 유혹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던 중 교육이 없는 날에도 매일 출근하다시피 1년가량 센터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 결과 약을 끊은 후 회복자 강사 및 상담사 양성 과정을 거쳐 지금은 마약류 회복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의료용 마약류 중독자는 불법 마약류에 비해 그 수가 적고 중독에서 회복된 사람도 드물다”며 “현재까지 센터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뢰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마약류 중독은 재발이 잦다”며 “약을 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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