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위증교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2심에서 이 대표와 검찰 측 간 ‘고의성’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전날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법리와 증거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과거 벌금형이 확정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재판 증인으로 나선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씨의 일부 증언이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18년 12월 22일과 24일 두 차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증언을 부탁한 행위가 교사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죄를 가른 가장 큰 요소는 ‘고의성’ 여부였다. 위증교사 혐의가 성립하려면 △증인의 실제 위증 △교사자의 교사 행위 △교사자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 씨에게 한 통화는 맥락을 고려할 때 해당 증언 요청 방식이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통화 당시 김씨가 증언을 할 것인지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가 미정이었다”며 “교사 행위 당시 김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 예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하도록 결심하게 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자신의 변론 요지서를 제공한 행위가 상식에 반하거나 피고인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난 것도 아니라고 짚었다.
임동한 법무법인 동인 대변인 변호사는 “위증교사가 인정되려면 방어권을 넘어설 정도로 위법성이 인정되고 형사책임을 물을 만큼의 불법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재판부가 늘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1심 재판부는 통화내역을 살펴봤을 때 이 대표가 ‘눈 딱 감고 이렇게 좀 해줘’의 취지까지는 안 넘어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고의성’ 여부가 핵심 쟁점인 만큼, 검찰이 간접 증거나 기존 유사 판례 등을 활용해 유죄 입증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 변호사는 “고의 부분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하고 무죄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입증된 간접사실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해당 사유로 교사범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 변호사도 “재판부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넓게 해석하면서 위증교사죄의 고의를 부정한 측면이 있다”며 “새롭게 나올 증거가 없기 때문에 기존 유사 판례를 분석해 고의 입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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