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자마자 ‘관세 폭탄’ 투하를 공식화했다. 트럼프는 마약 유입과 이민자 문제 대응을 이유로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를 예고했지만 사실상 3대 대미(對美) 수출국을 정조준한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의 이익에 방해가 되면 동맹마저 내친다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현실화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 역시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이하 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기한은 펜타닐 등 마약과 이민자 유입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로 못 박았다. 트럼프는 중국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다른 추가 관세에 더해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트럼프가 그간 압박해온 중국과 멕시코는 물론 미국의 오랜 우방인 캐나다에까지 관세 투하를 예고하면서 ‘2차 무역 전쟁’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달러 대비 캐나다 달러는 26일 장중 1.4167캐나다달러로 4년 만에 최고(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 역시 미 달러 대비 1% 넘게 급락하며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4원 내린 1398.2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1407원을 넘기도 했다.
그간 멕시코를 미국 시장의 ‘저가 관문’으로 활용해온 해외 기업들, 특히 아시아의 자동차·전자 제조 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년 대미 교역 흑자를 기록해온 한국 역시 트럼프의 관세 공세 사정권에 놓여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대미 교역에서 444억 달러(약 62조 원)를 남기며 8위의 무역흑자국으로 올라섰다. 트럼프는 이미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의 보편관세를 예고하며 미국의 이익에 방해가 된다면 아군도, 적군도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수입 관세가 1930년대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의 관세가) 또 다른 보복을 이끌고 세계 공급망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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