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21일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드니프로의 군사산업단지 시설을 공습한 가운데, 러시아가 이 미사일에 폭발물을 탑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군사적 목적보다는 미사일 개발 기술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니프로 공습 당일 “오레시니크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만만하게 오레시니크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일각에선 이 미사일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독일 빌트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오레시니크의 공습을 받은 드니프로의 방산시설이 입은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국방정보위원장인 로만 코스텐토 의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으로 생긴 구덩이는 약 1.5m에 불과하다”며 다른 피해도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 공개된 공습 영상에서도 한 번에 6개씩, 총 여섯 차례에 걸쳐 탄두가 낙하하는 섬광이 보이지만, 정작 타격 직후 폭발이 관측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가인 율리안 뢰케는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은 폭탄 혹은 탄두를 정착하지 않았고, 대신 핵탄두가 실린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일 크기 대체품을 장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뢰케는 이어 “이것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선전 및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사일에는 핵탄두도 폭발물도 없었다. 그래서 피해가 그렇게 미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P 통신은 25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전날 AP 통신에 러시아의 신형 미사일 오레시니크의 잔해를 공개했다. AP는 우크라이나의 비밀기지에 있는 법의학분석센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전날 우크라이나 SBU은 중부 도시 드니프로의 한 공장을 공격한 실험용 탄도 미사일의 잔해를 공개했다며 1분 8초 분량의 동영상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탄화된 전선과 거대한 고무 재질의 부품, 크고 작은 금속 조각들의 모습이 담겼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SUB의 한 미사일 전문가는 AP통신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이러한 미사일 잔해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미사일 파편에 대한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정보국은 이 미사일이 러시아 아스트라한주(州)에 있는 미사일 시험장인 카푸스틴 야르에서 발사돼 15분간 비행한 후 드니프로를 타격했으며 미사일에는 탄두 6개가 장착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고 속도는 11마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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