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의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전세 사기 걱정 없이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늘자 건설사들이 임대주택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2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25일부터 이날까지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 총 317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3743명이 지원해 평균 1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집 대상은 신혼·신생아 가구이며, 유형은 월세다.
특히 서울의 경쟁률이 월등히 높았다. 송파구의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총 23가구 모집에 999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3.4대 1에 달했다. 종로구의 한 주택에도 32가구 모집에 727명이 신청해 22.7대 1을 기록했다.
분양전환형 매입임대주택의 경쟁률이 치솟은 건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주택은 정부가 매입하거나 새로 건축해 싼 임대료로 공급한다. 전세형과 월세형 두 가지로 나뉘며 전세형은 시세의 90% 수준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말부터 전세형 총 774가구에 대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총 3만 1008명이 신청해 4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신혼·신생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월세형의 임대료는 시세의 30~40% 수준이다. 송파구 도시형생활주택 전용면적 45㎡의 임대료는 보증금 8600만 원에 월세 23만 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6년 간 거주한 뒤 분양 전환 할 수 있는 것도 인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분양가는 전환 시 감정평가금액의 평균으로 산정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수요도 커지고 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건설사가 기금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건설비용을 조달하는 대신 최장 10년까지 임대를 놓도록 한 주택이다. 의무 임대기간 이후에는 분양이 허용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거주에 임대료 인상 폭이 2년 마다 5%로 제한되는 게 이점이다. 이달 18~19일 대방건설이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인 ‘서울은평뉴타운 디에트르 더 퍼스트’ 3가구에 대한 임차인을 모집한 결과 총 251명이 지원해 8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공급한 ‘강동밀레니얼 중흥S-클래스’도 총 147가구 모집에 706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8대 1에 달했다.
건설사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에 사업성이 낮아지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비용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달 올해 2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공모를 받은 결과, 총 14개 사업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규모는 총 1만 842가구다. 이는 지난해 2차 공모(1807가구)대비 10배 늘어난 규모다.
부동산 업계는 빌라 전세사기 사태와 아파트 공급 부족 등에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는 만큼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 33㎡ 이하)의 월세는 보증금 1000만 원 기준 평균 77만 원으로 전월 대비 5.3%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초 대비 5.04%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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