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큰 주제인지 한 눈에 알게 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
28일 부산광역시 벡스코에서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대표 연사인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기자 간담회에서 이 같이 운을 뗐다. 평소에 도서전을 즐겨 찾는 이 작가는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 도서전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볼로냐 국제 도서전은 가장 핫한 작가들이 모여 해당 시점의 이슈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자리”라며 “참석하는 것만으로 무엇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주제인지를 알 수 있는 축제인 만큼 부산국제아동도서전도 이 같은 모습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유의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이 작가의 ‘글 없는 그림책’은 유독 많은 어른 독자들이 찾아 읽는다. 그에게는 어린이든, 어른이든 동반자로서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존재다. 이 작가는 “글이 있으면 읽으면서 독자들이 바로 흡수하지만 글이 없을 때는 자신만의 단서를 만들고 이를 가지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처음에는 얼른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다시 읽으며 잠깐의 머뭇거림 후에 깨달음이 찾아오는데 어른들의 경우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어른 독자가 늘면서 그림책 작가들이 예술성을 발휘할 수 있는 채널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독립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인 ‘바캉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참여 작가가 19명까지 늘었다. 이 작가는 “보통 한 작품을 완성하려면 2~3년이 걸리는데 당장 떠오르는 영감을 소화할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며 “조금은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기발한 그림책을 즐기며 사주는 어른 독자들이 늘어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책은 ‘읽을 수 없는 책’으로 불리지만 그의 그림책이 주는 정보량은 적지 않다. 색채마저도 하나의 이야기 요소로 여긴다. ‘그림자 놀이(2010)’의 경우 색채는 검정과 노랑만 쓰이는데 창고라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아이의 상상력이 닿는 순간 어두운 공간이 노랗게 변한다. 노란색이 비추면 일상적인 물건은 아이의 상상력을 담은 새로운 존재로 변신하는 방식이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나흘간 벡스코에서 열린다. 16개국 193개(국내 136개, 해외 57개) 출판사와 콘텐츠 기업 등이 모여 도서 전시, 강연, 세미나, 워크숍 등 158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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