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3개월 연속 확대됐다. 2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036%포인트로 전월보다 0.302%포인트 더 벌어졌다. 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만이다. 예대금리차는 농협은행(1.2%포인트), 국민은행(1.18%포인트), 신한은행(1.01%포인트) 순으로 컸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8월 이후 계속 확대되고 있다. 가계 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는 수차례 올린 반면 수신금리는 외려 내렸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체 예금은행의 10월 가계 대출금리는 연 4.55%로 전월 대비 0.32%포인트 뛰었다. 2022년 9월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은행 예금금리는 연 3.37%로 9월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회 삼아 수신 금리를 앞다퉈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은행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역대급 이익을 거두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44조 4000억 원으로 1년 전 대비 0.6%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가계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커녕 대출금리 부담 가중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정부의 정책 혼선 탓이 크다. 금융 당국은 올 7월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치를 갑자기 연기했다가 가계 대출이 폭증한 뒤에야 대출 억제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도 서민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과 관련해 ‘한도 축소-유예-수도권 유예 뒤 축소’ 등으로 오락가락해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가계 부채 관리 등에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관련 부처들이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출 정책 등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고 정교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혼란을 막으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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