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현장 간담회에서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굳이 상법 개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 개정 강행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정기국회 내에 상법 개정을 반드시 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상법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 대표가 상법 개정과 관련해 양보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옵션으로 한 정부·여당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자본시장법 내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 주장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 22일에도 상법 개정안에 대해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며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처음에는 시행 원칙을 강조하다가 순차적으로 말을 바꿔 결국 폐지 결정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 상법 개정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증시 활성화’ 다짐이 진심이라면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재계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킨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 이익 보호 의무’ 조항까지 담은 상법 개정안이 결국 ‘기업 죽이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총주주로 확대되면 최고경영자(CEO) 등이 장기 투자 대신 단기 이익에만 관심을 갖게 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은 모범회사법에서 이사의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했고 독일·일본 등도 비슷한 수준의 제한만 두고 있다. 민주당이 수권 정당이 되려면 상법 개정안뿐 아니라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반(反)시장 입법 폭주부터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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