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의 통화정책 전환 이후 2개월 연속 금리 인하다. 원화 약세와 가계부채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깜짝 인하한 것은 성장 전망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4%에서 2.2%로, 내년 2.1%에서 1.9%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이 현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택한 것은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한은은 8월까지도 낙관적 성장률 전망을 바탕으로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하 때에도 “매파적 인하”라며 추가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10월 말 발표된 3분기 GDP 증가율은 한은 예상의 5분의 1 수준인 0.1%에 그쳐 충격을 안겼다. 게다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관세 인상을 공언함으로써 대미·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 총재가 진단한 대로 “수출 급감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성장 엔진이었던 수출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한은은 2026년 성장률을 1.8%로 전망하는 등 1%대 성장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은은 면밀한 경기 모니터링을 통해 추가 금리 인하 등으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가 내수와 투자 활성화 정책에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와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전방위 지원이 절실하다. 통상 장벽 제거를 위한 정교한 협상력 발휘도 시급하다. 금융 당국은 19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인 잠재성장률마저 달성하지 못하는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와 여야 정치권, 기업 등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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