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잠잠했던 대형 인수·합병(M&A)과 비상장 주식 투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 시기에 발맞춰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와 더불어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2조 6000억 달러(약 3630조 원)에 이르는 대기 자금을 움직이는 것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 11월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대형 딜이 꿈틀대기 시작됐다. 19일 미국 최대 투자펀드 블랙스톤은 미국 2위 샌드위치 체인이자 비상장기업인 저지마이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부채를 포함해 약 66억 달러(9조 2900억 원)에 이른다. 대형 투자펀드인 KKR도 10월 말 에너지 분야 전문 미국 투자회사와 공동으로 데이터 센터 및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KKR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그동안 투자펀드 업계는 비상장 주식 투자나 M&A 등 위험 투자에 소극적인 경향이 높았다. 피치북에 따르면 비상장주식 투자금액은 2021년 4분기 3381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2022년 중반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00억 달러 이하로 정체를 보였다. 투자가 지지부진하면서 전세계 투자 대기자금(드라이파우더)은 7월 초 기준 2조 60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펀드 업계 분위기가 바뀐 것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투자펀드인 칼라일의 하비 슈워츠 최고경영자(CEO)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7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 펀드가 투자하는 기업 임원들은 트럼프의 감세와 규제 완화가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영 환경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고 인수합병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도 “금리 하락으로 딜메이킹 환경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화된 반독점법에 관한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로펌 플랫아이언 로그룹의 파트너 변호사 콘래드 에버하드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M&A에 대한 반독점법 운용 완화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펌 데카르트의 한 변호사 역시 “트럼프가 노조를 옹호하는 규제 철폐를 시사하고 있는데, 노조의 힘이 줄어들면 기업들도 합병에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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