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길이로 음주 습관을 예측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인간생물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 최근 자료에 따르면 검지보다 약지가 긴 사람일수록 음주량이 많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스완지대학교와 폴란드 우츠 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은 대학생 258명(여학생 169명·남학생 89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와 음주 습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정밀 캘리퍼로 참가자들의 손가락 길이를 측정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한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 검사(AUDIT)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검지 대비 약지 길이가 긴 참가자들은 알코올 소비량이 더 많고 AUDIT 점수도 높았다. 특히 왼손보다 오른손에서 이러한 상관 관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오른손이 태아기 호르몬 노출에 더 민감하다는 기존 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남성의 46%가 '낮은 위험' 범주에 속한 반면 여성은 75%가 이 범주에 포함됐다. '알코올 중독 위험'의 경우 남성은 7%, 여성은 1%로 나타났다.
존 매닝 스완지대학교 교수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의 검지가 약지보다 현저히 짧은 경향이 있다"며 "이는 태아기에 테스토스테론 대비 에스트로겐 노출이 낮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2006년 강남을지병원 한창우 교수팀이 알코올중독치료센터 입원 남성 환자 87명을 분석한 결과,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검지 대비 약지 비율이 일반인보다 낮았다. 오른손 기준으로 환자군은 0.934, 대조군은 0.956이었다.
한창우 교수는 "태아기의 테스토스테론 노출이 약지 길이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알코올 의존증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손가락 길이만으로 음주 문제를 단정할 수는 없다"며 "유전,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교수는 "알코올 소비가 주요 사회경제적 문제인 만큼, 개인별 차이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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