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가 보낸 26장 분량의 내용증명 회신 전문을 공개했다.
어도어는 '뉴 버리고 새판' 표현이 “하이브에서 뉴진스를 버린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그 외의 시정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자신들의 권한 밖에 있는 것들이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티스트(뉴진스)와의 소통을 원하니 적극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뉴진스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어도어의 내용증명 회신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어도어는"아티스트가 지난 22년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은 데뷔일로부터 7년이 되는 날인 2029년 7월 31일까지 존속한다"는 밝혔다.
어도어는 회사가 전속계약을 위반했다는 뉴진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도어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이러한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안은 어도어가 아닌 제3자의 언행이 문제 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도어는 전속계약에서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연예 활동의 섭외·교섭이나 지원, 대가의 수령, 정산 및 정산자료 제공 등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계약의 유효 근거를 설명했다.
뉴진스는 내용증명을 통해 ▲민 전 대표의 복귀 ▲뉴진스 멤버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멤버들의 동의 없이 사용된 사진·영상 자료 삭제 ▲음반 밀어내기로 발생한 피해 해결책 마련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했던 신우석 돌고래유괴단 감독과의 분쟁 해결 ▲뉴진스만의 고유한 색깔과 작업물 보장 등을 요구했다.
어도어는 내용증명 회신에서 멤버들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항목별로 설명했다.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발언
우선 하이브가 내부용으로 작성해 논란이 일었던 '음악산업리포트'에 '뉴아르 워딩으로 며칠을 시달렸는데, 뉴(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무구가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린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에서)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세 그룹을 4세대 걸그룹 대표 주자로 묶어 '뉴아르'로 칭하는데, 세 그룹 간 음원 순위 등 비교 과정에서 르세라핌이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르세라핌으로서는 굳이 '뉴아르'라는 명칭으로 묶여 다른 두 아티스트와 비교되기보다는 당시 함께 초동 100만 장을 달성한 다른 여자 아이돌 그룹들(블랙핑크, 에스파, 아이브)과 함께 포지셔닝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라고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 버리고'의 의미는 (르세라핌이)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뉴진스와 매번 비교되는 카테고라이징(범주화)을 '버리고' 별도의 자기 영역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작성자의 아이디어"라고 해명했다.
하니에게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 매니저에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
멤버 하니가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 매니저로부터 '무시해' 발언을 들었음에도 소속사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CCTV를 직접 확인한 담당자는 인사하는 장면 한 번 외에는 CCTV 화면상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해 그 장면(인사하는 장면)만 보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니가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부터 해당 레이블에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한 전제로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객관적인 근거자료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다"며 "타 레이블의 임직원에 대한 조사나 징계 조치를 직접 취할 수도 없고, 타 레이블로부터의 약속, 특히 타 레이블 매니저의 사과를 강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과 이로 인해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어도어는 "문제를 제기했던 콘텐츠가 단 하나였으나 돌고래 유괴단이 삭제를 요청하지도 않은 영상을 독단적으로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정당하게 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진스의 색깔을 지키고 뉴진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
민희진 전 이사의 복귀 요청에는 "특정인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어도어 이사회의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전속계약은 아티스트와 어도어 사이에 아티스트의 연예 활동을 위해 체결된 계약이다. 전속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특정인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계약 체결 당시 전제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 외에도 뉴진스가 연습생이던 시절의 사진, 동영상 등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삭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기치 않게 모회사(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이사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했고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변화도 있었지만, 어도어와 그 임직원들은 변함없이 아티스트의 연예 활동을 성실하게 지원해 왔고, 한단계 높은 도약을 꿈꾸면서 앞으로의 연예 활동을 위한 계약 교섭 및 체결을 진행해 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팬미팅, 정규앨범 발매, 월드투어 등 아티스트의 내년도 활동 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고 있다"며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부모님들이 라이브 방송과 인터뷰 등 대외적으로 어도어에 대한 입장을 꾸준히 밝혔지만, 정작 저희와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내년도 활동 계획 수립을 위해 필요한 아티스트와의 면담이 성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런 대화를 공론화하기보다는 별도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아티스트 이미지 및 평판 관리나 이익에도 적합하다고 믿고 있다"며 "직접 대면해 오해가 있는 부분이나 입장이 다른 부분에 대해 충분히 협의, 소통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뉴진스는 지난 28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9일 자정 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우린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가 위약금을 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온 거다. 당연히 책임은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다"고 주장했다. 어도어가 '제3자의 뉴진스 연예 활동 방해'를 배제하기 위해 적극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입장문만 낸 것이 '필요한 조치'로서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뉴진스는 "어도어와 계약을 해지한 상태로 연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반면, 어도어는 "앞으로 계획된 일정도 지금처럼 어도어와 함께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만큼 합의에 이르지 않는 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의 위약금이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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