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물경제의 3대 축인 산업 생산, 소비, 투자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트리플 마이너스는 5개월 만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전(全) 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으로 전달보다 0.3% 감소했다. 파업 등의 여파로 자동차 생산이 6.3% 줄어들고 건설 생산(-4.0%)은 6개월째 위축 국면에 갇혔다. 소매판매는 0.4% 감소해 전달(-0.5%)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었다. 설비투자도 5.8% 급락해 올 1월(-9.0%)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산업 활동 3대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추세대로 가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2.2% 성장률 달성도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성장 하방 압력이 증폭된다. 자칫 수년간 1%대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물경제에 냉기가 감도는 가운데 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경기 판단이다. 경기가 급격하게 꺾이고 있는데도 정부 경제팀의 주축인 기획재정부는 “‘완만한 경기 회복’이라는 큰 흐름에서의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5개월 전의 ‘트리플 감소’ 때도 “경기 회복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표 부진을 일시적 조정으로 치부했다. 경제팀이 산업 현장의 경고음을 무시한 사이 내수는 얼어붙고 수출 증가율은 눈에 띄게 둔화했다. 한은은 28일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눈높이를 속속 낮추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와 같은 대외 변수가 미국·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우리 경제의 앞길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만 탓하며 안일한 ‘복지부동’으로 시간을 허비한 경제팀의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경제팀은 이제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정책 기조와 전략을 재정립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물론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제 살리기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여야 정치권의 협조와 기업들의 혁신과 투자, 노사 협력은 필수다. 경제팀은 비상한 각오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민관정 총력전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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