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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국민의 땅을 보다 잘 사용하기 위한 방법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계절이 바뀔 때면 하루 정도 날을 잡아 옷 정리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이 차가워지면 옷장에서 계절에 맞지 않는 옷들은 빼고 보온성이 좋은 옷들로 새로 채워 넣는다. 단정한 옷차림을 선호해 셔츠나 정장은 손이 닿기 가장 좋은 위치로 옮겨 둔다. 이렇게 미리 정리를 해둬야 옷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수납 공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국유재산 관리도 옷 정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전국에 수많은 국유지가 다양한 모습으로 혼재돼 있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정리해야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국유지는 593만 필지, 629조 원 규모에 달한다. 국유지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정부에서는 날을 잡아 옷을 정리하듯 정기적으로 ‘국유재산 총조사’를 실시한다.

국유재산 총조사는 2018년에 최초로 실시했다. 공익 목적으로 개발·활용이 가능한 일반 재산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2017년 8월 ‘새 정부 국유재산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총조사 실시를 결정했고 수행기관으로 필자가 속해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선정했다. 캠코는 1997년부터 국유재산 중 일반 재산에 대한 관리 업무를 수행해온 공공기관으로 국유지 조사·관리와 관련한 풍부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제1차 국유재산 총조사를 추진했다.

캠코는 2018년 3월부터 10개월간 행정재산 중 도로·하천 등 행정 목적으로 활용이 명백한 재산 등을 제외한 국유지 199만 필지 2378㎢에 대해 인력·드론·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조사로 유휴 행정재산 35만 필지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6만 4000필지를 일반 재산으로 전환(용도폐지)해 매각·대부함으로써 국가의 재정 수입 증대에 기여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5년 주기의 국유재산 총조사 정례화를 결정해 지난해부터 캠코가 제2차 국유재산 총조사에도 나섰다.

캠코는 지난해 1월부터 10개월 동안 국유지 201만 필지 1만 7940㎢를 대상으로 총조사를 실시했다. 1000여 명이 넘는 인력과 증강현실(AR)·드론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효율적인 조사로 1차 총조사 대비 토지 면적 기준으로 7배 이상에 해당하는 국유지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현재는 총조사를 통해 확인된 약 42만 필지의 유휴 추정 재산에 대해 각 중앙 관서의 의견을 수렴, 실제 유휴 상태가 확인된 경우 용도 폐지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옷 정리와 비교한다면 현재는 옷장의 옷들을 다 꺼내어 확인하고 분류해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단계이다. 계절에 맞는 옷들로 옷장을 새롭게 채우고 수선이 필요한 옷들은 세탁소에 맡기며 입을 계획이 없는 옷들은 기부하거나 정리하는 것처럼 국유지도 중앙관서 등에 관리권한을 이전하거나 필요로 하는 민간에 임대 혹은 처분하는 등 국유지의 특성에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쓰이게 된다.

매번 옷 정리를 할 때면 힘은 들지만 막상 정리가 끝난 옷장을 보면 뿌듯한 것처럼 국유재산 총조사도 쉽지 않지만 마무리하고 나면 보람이 찾아온다. 1000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돼 숨 가쁘게 달려온 국유재산 총조사지만 국민이 주인인 국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뿌듯한 업무 중 하나라 자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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