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기 때보다 관세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기 때는 관세를 주로 미국 제조업 부활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미국의 안보와 사회문제 해결에까지 적극적으로 관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는 그동안 관세를 미국 제조업을 촉진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로 더 유리한 무역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의 관세 위협은 멕시코와 캐나다로 하여금 미국과의 국경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11월 25일(현지 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철회 조건으로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과 마약, 특히 펜타닐의 밀반입을 막을 것을 내걸었다. 관세 폭탄을 내걸고 자신의 불법 이민 근절 등의 공약 실현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기간 중 “관세는 내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하는 등 관세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협상 전략은 한국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안보 분야에서도 관세를 레버리지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경제와 안보를 넘나드는 협상을 할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 역시 부처 칸막이를 허물고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모든 수입품에 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경우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지난달 29일 ‘자동차 업계, 트럼프의 자동차 수입 관세에 대해 대비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에 20% 보편 관세가 부과될 시 현대차·기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9%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S&P는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등을 부과해도 현대차·기아에 대해서는 2% 미만의 EBITDA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적었다. 그 이유로 현대차·기아가 멕시코에서 K4와 투싼 모델만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최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더해 유럽 및 영국에서 수입되는 소형차에 20%의 관세를 매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유럽 및 미국의 자동차 업체의 EBITDA가 최대 17%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업체별로 제너럴모터스(GM), 볼보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JLR), 스텔란티스의 2025년 EBITDA의 20%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폭스바겐과 도요타는 10~20%, BMW와 벤츠, 현대차·기아는 10% 미만의 리스크가 각각 예상됐다. S&P는 “내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매우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의 재선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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