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헌정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단독 처리와 감사원장 탄핵을 밀어붙이면서 연말 정국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재명표 예산 확보와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삭감을 강행하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촉구하는 국민의힘 간 예산 협상이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면서 정부 지원을 지렛대 삼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협상 결렬에 대한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양당 모두 서로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 협상은 없다”며 압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지시에 따른 날치기 통과로 헌정 사상 유례없는 막가파식 행패”라며 “거대 야당 민주당의 선(先)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있다면 추가적 협상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면서도 “정부가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현재 감액한 것에서) 수정안으로 더 많은 감액도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여야 간 이견을 보였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여야의 평행선 대치로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 가능성이 현실화되자 산업 경쟁력 상실과 민생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최소 1조 원 이상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지원 방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증액을 포기하면서까지 감액안을 밀어붙이는 초강수를 둔 탓이다. 정치권의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용인과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 지중화와 첨단산업단지 인프라 지원, AI 연구개발(R&D) 예산이 줄줄이 불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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