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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트럼프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이재용 여론독자부장

美특검, 트럼프 '기소 취소' 요청

韓은 현직 대통령 재판 기준 없어

법원, 대선 전 李 재판 마무리지어

정치적 혼란·불확실성 해소해야





미국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백기를 들었다.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와 백악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했던 잭 스미스 연방특별검사는 지난주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취소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현직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다는 법무부의 오랜 입장에 따른 것이다. 미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보고 재임 중인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미 검찰은 트럼프 당선인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 전에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재판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대통령 재선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왔고, 결국 그 전략이 먹혔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의 기소 취소 사례에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현재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중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형사재판 중인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없다. 우리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의견은 갈린다. ‘소추’를 기소의 의미로 좁게 볼지, 아니면 재판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지가 쟁점이다. 민주당은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대통령 임기 동안 재판이 중단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은 소추에 재판은 포함되지 않으므로 대통령이 돼도 재판은 진행돼야 하고 실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이 상실된다고 맞선다.

이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심리해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관련 질의에 “헌법 84조의 소추에는 여러 견해가 있다”며 “헌재는 구체적 사건이 청구됐을 때 심리를 통해 의견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미국처럼 현직 대통령의 재판 진행에 대해 정립된 기준이 없으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표가 받고 있는 5건의 재판 중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판결이 지난달 나왔다. 이 대표 입장에서 결과는 ‘1승 1패’였다. 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결과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반면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두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 3월 이전에 최종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 사건이 복잡한데다 재판마저 지연되고 있어서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또 대선에 나와 당선될 경우 그의 재판은 어떻게 될지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법원이 차기 대선 전에 이 대표 재판의 최종 결론을 내리면 된다. 법원이 이 대표의 무죄를 최종 확정하면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탄력이 붙고, 정치 검찰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이 대표를 얽어 매려 했다는 동정 여론도 거세질 것이다. 반면 법원이 선거법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 나머지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하면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은 막힌다.

관건은 이 대표의 5개 재판 중 가장 진행이 빠른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과 3심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사문화됐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엄연한 ‘강행 규정’이다. 위증 교사 사건도 다음 대선 전까지 재판을 마무리지을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법원이 정치적 후폭풍을 의식해 이 대표 재판의 최종 판결을 2027년 3월 대선 이후로 미룬다면 사법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으로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해소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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